법을 나누는 여러 기준
법을 나누는 여러 기준
'법'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무슨 생각이 드십니까? 아마 많은 분은 '법'이라고 하면, 영화에서 봤던 범죄 장면을 떠올리는 분들도 있을 거고 아니면 변호사들이 당사자를 위해서 열심히 변론하는 법정을 떠올리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혹은 최근에 주택 임대차를 했던 분들은 임대차 계약을 썼던 장면을 기억할 수도 있고 혹은 최근에 있었던 헌법재판을 연상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여러분이 그렇게 기억하는 모든 것은 다 법 또는 법과 관련된 일들입니다. 우리 인간의 삶이 다양하기 때문에 그 인간의 삶을 규율하는 법도 다양한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이미 알고 있는 법의 여러 이름도 있습니다. 헌법, 민법, 상법, 형법, 노동법, 세법. 그런 것들 다 들어보셨죠? 그것들이 다 여러 법률적인 문제들을 다루는 법들입니다. 물론 우리가 어떤 생활을 할 때 구체적인 법을 의식해서 생활하는 일은 없지만, 결국 법은 인간 생활의 여러 측면을 다양한 법률을 통해서 규율을 합니다. 그런 다양한 법률을 몇 가지 중요한 기준에 따라 나눠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법을 여러 기준에 따라 나눠보면, 법의 다양한 모습을 조금 더 세밀히 볼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공법과 사법 분류
법에서 가장 흔하게 나누는 기준은 국가와 어떤 관련성이 있느냐 하는 기준에 따라 나누는 공법, 사법의 분류입니다. 법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행위를 규율하는 규범인데, 그런 규범 중에서 법은 특별히 국가의 공권력이 지탱을 해주는, 국가의 공권력과 관련된 규범이라는 특색을 갖습니다. 여러분, 하루의 생활을 돌아보면 여러분의 생활을 규율하는 여러 규범들이 있죠. 도덕이라는 것도 있고, 규범이라는 것도 있고, 종교라는 것도 있습니다. 그런 것들도 모두 다 여러분의 생활 또 우리의 생활을 규율하는 규범이지만, 법은 특별히 국가의 규범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가가 존재하느냐, 국가가 과연 있느냐를 가늠하는 중요한 것의 하나로 법의 존재를 들 수 있습니다. 그런 법이 기본적으로 국가 규범이긴 하지만, 법률관계에 국가 자체가 관여하는 일도 있고 관여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국가가 법률관계의 한 당사자가 되는 경우를 규율하는 법을 공법이라고 부르고, 국가가 당사자가 되지 않고 국가가 아닌 일반 사람, 즉 우리가 사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 사이의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것을 사법이라고 부릅니다. 국가가 한 당사자가 되는 공법에는 여러분이 잘 알고 있는 헌법이라든가 행정법 같은 법이 속해 있습니다. 사법에는 여러분이 아는 민법, 상법 그런 법들이 속해 있습니다. 이렇게 공법과 사법을 나누는 가장 큰 이유는 공법에는 당사자가 되는 그 국가에게 좀 더 특별한 법률상의 지위를 부여합니다. 예를 들면 개인들 간에 돈을 꿔주고 또 돌려받는 금전 대차관계가 있는 경우에 그런 금전 대차관계에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있으면 결국 그 다툼이 해결돼서 종국적으로 법원이 일정한 판단을 할 때까지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해서 어떤 권리가 있다고 가정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국가가 국민에게 세금을 부과하거나 과태료를 물리거나 하면, 그때 그 국가는 국민보다 우월적인 지위에 있는 존재로 법은 생각을 하고 국가에게 좀 더 높은, 더 많은 권한과 지위를 부여합니다. 그래서 국가가 세금을 매기면, 설사 그 세금을 부과한 것이 종국적으로 잘못됐다고 판단된 경우에도 일단 국가는 세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보고 법적 절차를 진행합니다. 지금 제가 설명한 것은 공법에서 국가가 그 상대방에 대해서 보다 더 우월적인 지위를 갖는 한 예를 설명한 것인데, 이렇게 공법과 사법에서는 당사자들이 어떤 지위를 갖느냐 하는 차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국가가 계약의 당사자가 되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정부는 필요한 경우에 개인으로부터 책상도 사고, 볼펜도 사고, 물건을 삽니다. 그것은 마치 개인들이 물건을 사는 경우와 같습니다. 그런 경우는 설사 국가가 한 당사자일지라도 공법관계로 보지 않고 사법관계로 보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국가가 사인들과 동등한 지위에서 법률관계를 맺게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도 유념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국가가 국민들과 법률관계를 맺을 때 일정한 우월적인 지위를 인정해 주는 것은 대륙법의 전통입니다.
대륙법과 영미법
전 세계의 법을 여러 기준에 의해서 나눌 수 있는데, 그중에 중요한 구분의 하나가 대륙법과 영미법을 나누는 것입니다. 대륙법은 주로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하는 유럽 대륙에서 성립한 법이고, 영미법은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해서 생긴 법인데요. 두 법의 체계나 생각하는 기본적인 방향에서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대륙법에서는 국가가 국민보다는 우월적인 지위에 있다는 생각을 갖고 법률체계가 마련되는 것에 비해서, 영미법에서는 국가도 법률관계에서 한 당사자로서는 개인과 마찬가지의 당사자에 있다. 그래서 우월적인 지위를 부여하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점차로 세계가 이른바 세계화, globalized 되는 관계에서 종래에 대륙법에서 갖고 있었던 국가에 대해서 우월적 지위를 부여하는, 그래서 공법관계가 매우 특별한 법률관계가 되던 그런 법률체계가 점차 국가에게 우월적인 지위를 부여하지 않는 사법적인 사법 중심의 체계로 변화하는 변화도 우리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제 다음에 또 다른 법률을 다른 기준에 의해서 분류해볼 수 있는데, 그것은 실체법과 절차법이라는 구분입니다. 권리의 내용을 직접 규율하는 법을 우리가 실체법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면 임대인은 어떤 권리가 있고, 임차인은 어떤 권리가 있고, 고용주는 어떤 권리가 있고, 근로자는 어떤 권리가 있는지. 이런 것들은 다 개개의 권리, 의무를 규율하는 것으로 실체법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민법, 상법 이런 것들은 다 실체법이죠. 그런데 법에는 그런 권리의 내용을 직접 규율하는 법뿐만 아니라, 권리가 어떻게 발생되고 변경되고 소멸되는지를 알 수 있나 또 권리 행사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나 하는 절차를 다루는 법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법 중에 소송법에 그런 법에 해당하는데, 그런 소송법들을 절차법이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세상에서 살 때는 일의 결말, 그 결론이 중요하기 때문에 실체법에 조금 더, 실체적인 판단에 조금 더 집중하게 됩니다. 그런데 법에서는 그것뿐만 아니라, 절차법에 집중해서 절차적 정의라는 것을 매우 강조합니다. 예를 들면 식회사에서 주주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 다수결에 의해서 의사결정을 합니다. 예를 들면 어떤 회사에 주주가 10명이고 모두 1주씩 갖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회사에서 신주를 발행할지, 회사채를 발행할지 혹은 합병을 할지, 정관변경을 할지 이런 여러 의사결정을 할 때 주주총회나 이사회에서 의사결정을 하게 됩니다. 그때 다수결에 의해서 하는데, 그렇게 된다면 결국 다수를 점한 쪽에서 결정하게 되는 거죠. 예를 들면 합병을 할 것인가를 정하면, 합병 결의에 2/3 주주의 찬성이 필요하다면 그 2/3, 즉 7주 이상 주주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그 7명의 주주가 찬성하면 항상 그 결론은 옳고, 법률적인 효력을 가질 수 있느냐? 회사법은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회사법에서는 그런 결론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주주들이 모이는 그 과정, 즉 주주총회 소집은 제대로 했느냐. 여기서 제대로 했다는 말은 주주총회 소집권자가 결정을 했는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소집 통지를 했는지, 소집 통지를 하면서 무슨 내용을 논의할지는 알려줬는지 이런 절차적인 요건을 부여하고, 그런 절차적인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으면 절차적 정의에 반했다고 보고 그런 절차적 정의에 반했으면, 주주총회에서 설사 다수가 찬성했다 하더라도 그 다수의 찬성에 법률적인 효력을 부여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절차적인 정의를 강조하다 보면, 사람들은 이런 반응을 보이곤 합니다. '왜 그렇게 까다롭게 구느냐. 다 법이라는 게 뭔가를 이루려고 하지 않고, 뭔가를 하지 못하게 하는 거 아니냐. ' 이런 불만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불만도 나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법에서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소수자 그다음에 구성원 모두가 충분한 기회를 부여받았느냐, 그런 기회를 부여할 수 있는 절차를 준수했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법에서 절차법은 실체법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개인 법과 단체법
개인 법과 단체법이라는 다른 성격의 법입니다. 우리가 근로계약을 맺든가 혹은 임대차 계약을 하든가, 매매계약을 하든가 이거는 그런 근로계약, 임대차, 매매의 각 당사자 간의 문제입니다. 내가 아무리 친한 친구가 있다고 하더라도 친구가 제삼자와 맺은 임대차 계약과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상관이 없다는 말은 나한테 아주 친한 친구가 임대차 계약을 맺었어도 그 계약으로부터 생기는 권리는 나한테는 들어오지 않고, 나한테는 귀속되지 않고 내 친구에게 그 권리, 의무가 생기겠죠. 이렇게 법률관계는 기본적으로 법률관계 당사자들 간의 권리, 의무로 귀착이 됩니다. 우리는 그런 것들을 다 개인 법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니까 여러분이 관찰하는 상당히 많은 법률관계의 내용이 당사자들만 규율하는 개인 법일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앞으로 배우게 될 회사법에서는 이런 개인법적인 법률관계가 아닌 단체법적인 법률관계의 원리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주식회사에는 주주도 있고, 이사도 있고, 회사도 법인으로 당사자가 되고 또 회사의 채권자나 회사에 거래관계에 있는 여러 이해관계인들이 있게 됩니다. 이런 여러 이해관계가 있는 법률관계에서 만일 어느 한 주주와 회사 간에 법률적인 보장이 발생해서 그것에 대해서 판단을 하는 사례가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때 그 어느 한 주주와 회사 간의 문제가 그 두 당사자 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주주나 다른 이사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가 중요한 이슈가 됩니다. 만약 A 주주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한 결과와 B 주주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한 결과가 다르게 됐다면, 이 회사는 상당히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A 주주가 회사들에서 소송을 했을 때 주주가 이겼는데, 똑같은 사안에서 B 주주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했을 때 회사가 이겼다고 하면, 과연 이 회사에서는 어떤 소송 결과를 받아들여야 될지 판단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에서는 개인 법뿐만 아니라, 단체법이라는 법 원리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체법의 원리가 적용되면, 여러 이해 당사자들 간의 법률관계를 획일·확정해서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결과로 확정할 수 있는 법 원리가 적용됩니다. 여러분이 공부하면서 단순히 두 당사자 사이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까지 그 관계가 미칠 때 이른바 법률관계의 획일·확정의 필요에 따라서 새로운 법리가 적용되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법과 국제법
이제 마지막으로 더 검토해볼 만한 것이 이른바 국내법과 국제법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받아들여서 쓰고 있는 이런 여러 법들은 다 기본적으로 한 나라를 기본 단위로 해서 형성된 법입니다. 즉, 우리가 볼 수 있는 대부분의 법은 한 국가의 법입니다. 예를 들면 미국의 법, 한국의 법, 독일의 법이 존재하는 것이죠.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그렇게 한 나라에서만 살지 않고 나라와 나라 간의 법률관계가 문제가 되기도 하고 또 여러 나라가 합쳐진 단체도 존재합니다. 예를 들면 UN이라는 단체도 있고, EU라는 단체도 있고요. 이런 국가와 국가를 묶는 단체에 적용되는 법도 존재합니다. 그리고 각 국이 서로 약속한 법도 존재합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넓게 봐서 국제법이라고 부릅니다. 그럼 과연 국제법은 우리가 국내에서 쓰고 있는 국내법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나라 헌법 6조는 이렇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 그러니까 헌법에 의해서 체결·공포된 조약,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맺은 조약은 국내법이 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일반적으로 승인된 규제 법규도 국내법이 됩니다. 헌법에 의해서 체결·공포된 조약이라는 건 헌법 조문대로 체결·공포되었으면 무엇인지 조약인지 분명히 우리가 알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무엇일까? 이것은 결국 해석에 맡겨져 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해석에 따라서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라고 인정이 되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됩니다. 정리하면 법은 여러 가지 기준에 의해서 나눌 수 있는데, 그런 법이 갖는 다양한 성격이 그 법을 해석하는 데 지침이 되고, 다양한 인간의 생활을 규율하는 다양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우리가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