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요건과 효과에 대해 알아보기
법률가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 중에 권리 그리고 의무에 관련된 일에만 관심을 갖습니다. 즉, 세상에서 여러 사람들이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 정말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모양의 또 많은 형태의 의사를 결정하고 행동하는데, 그중에서 권리나 의무에 관련된 것만 법률문제로 보고, 그런 법률문제를 분석하고 처방하고 대처합니다. 그러니까 법률가들은 권리, 의무라는 것에 집중해서 사고를 하는데, 이 권리, 의무가 언제 발생하고 언제 변경되고 언제 소멸하는지 그 판단을 하는 것이 이제 법률가들의 일상적인 일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권리, 의무의 발생·변경·소멸을 판단하는 방식이 매우 독특한, 다른 분야에서 생각하는 것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법률가들이 권리나 의무의 발생·변경·소멸을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고 파악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권리, 의무에 대한 법적 진단
법률가들이 권리, 의무의 발생·변경·소멸을 판단하는 방식이 의사의 진단이나 처방하는 방식과 아주 유사합니다. 한번 우리가 병원에 갔을 때도 생각해 봅시다. 환자가 의사한테 가서 자기 증세를 이야기합니다. “의사 선생님, 제가 열이 나고 기침이 나고 콧물이 납니다. ” 이렇게 증상을 이야기하면, 의사는 그런 환자의 증상을 듣고 또 나름의 진단을 합니다. 체온도 재보고 청진기를 가슴에 대서 호흡도 살펴봅니다. 이렇게 진단을 하고 나면 그런 몇 가지 요소를 근거로 해서 '이 사람은 감기구나.'라고 판단이 되면, 그 감기에 맞는 약, 예를 들면 아스피린 한 알을 처방합니다. 이 과정을 여러분이 잘 보시면 증세라는 여러 가지 요소, 예를 들면 열, 기침, 콧물. 이렇게 증세라는 것이 갖추어지면 그런 증세의 병을 감기라는 것으로 우리가 부르는데, 그 감기에는 어떤 처방을 해야 되는지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의사들이 의학을 공부하는 과정은 이렇게 여러 가지 증세를 파악해서 그 증세에 맞는 처방을 하는, 즉 증세와 처방의 세트를 학습하고 암기하고 적용해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의사가 어떤 처방을 내리기까지 이런 증세와 처방의 세트가 의사가 처음으로 그런 것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이전에 다 만들어져 있습니다. 물론 아주 희귀한 병은 또 그런 증세와 처방의 세트가 마련돼 있지 않은 병은 새로 의사들이 연구해서 '이러이러한 증세가 되면 이러한 처방을 해야 된다. '라는 새로운 세트를 내놓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병에는 이미 그 증세별로 처방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조금 전에 말씀드린 대로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이런 증세와 처방의 세트를 많이 학습하고 기억한 상태에서 환자를 봤을 때 자기가 알고 있는 증세에 맞춰서 가장 정확하게, 가장 많이 나는 증세를 발견하면 그것에 맞는 처방을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법률가들도 권리, 의무를 판단합니다. 즉, 법률에서는 의사들이 증세라고 부르는 것에 해당하는 것이 요건입니다. 그래서 미리 정해진 몇 가지의 요건에 들어맞으면 그런 요건에 들어맞는 것들을 법률에서는 '무엇이다'라고 부르고, 그런 요건에 따라서 일정한 권리, 의무가 생깁니다. 즉, 법률에서는 의사들이 증세와 처방이라는 세트를 학습하는 것처럼 법률가들은 요건과 효과라는 세트를 갖고 사고를 합니다. 즉, 법률가들이 효과라고 부르는 것은 결국 권리가 만들어지고 의무가 만들어지고 또 변경되고 소멸하는 것이 되겠죠. 그래서 법률가들이 학습하고 이해하는 요건과 효과라는 게 법적 요건 또 효과를 법률 효과라고도 부릅니다. 지금 설명드린 증세와 처방의 세트 그리고 요건과 효과의 세트를 가만히 생각해보시면, 이 작업이 상당히 기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즉, 미리 정해져 있는 증세, 미리 정해져 있는 요건에 맞으면 그것에 해당하는 처방이 기계적으로 내려지고 또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면 그것이 예정하고 있는 법률상의 효과가 생긴다는 것이죠. 이런 기계적인 사고 구조가 사실 컴퓨터 과학자들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으로 생각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1970년대 컴퓨터과학이 많이 발전하던 시기에 컴퓨터 과학자들이 앞으로 컴퓨터를 이용해서 사고할 수 있는 컴퓨터적 사고 영역이 의학과 법학이라고 봤다고 합니다. 그래서 컴퓨터가 더 발전하면 컴퓨터가 환자를 진단해서 처방을 해리고 또 컴퓨터가 의뢰인의 사정을 듣고 그것에 해당하는, 의뢰인의 법률관계에 해당하는 법적 조언을 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는 것이죠. 1970년대에 컴퓨터 과학자가 그런 이야기를 했을 때 사람들이 별로 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여러분이 보듯이 이른바 AI라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로 무장된 컴퓨터가 의사 대신 진단과 처방을 내리고 또 법률가 대신 법적인 조언을 내리게 됐다. 또 앞으로 더 내릴 것이라는 기사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컴퓨터가, AI 소프트웨어가 의사나 변호사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의사가 진단을 하고 처방을 내리거나 법률가들이 사건을 분석해서 법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 굉장히 디지털적이라는 것입니다. 즉, 요건이 충족되면 결과가 어떤 것이 생긴다는 게 미리 정해져 있다는 것이죠. 컴퓨터가 0과 1이라는 요소를 통해서 사고를 하듯이 법률가들도 요건이 충족되면 일정한 법률 효과가 생긴다고 하는 사고를 합니다. 이런 디지털적인 법적 판단은 사실 우리 일상의 삶과는 조금 다른 것을 여러분이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우리들은 일상적으로 연속된 사고와 행동을 합니다. 즉, 0, 1, 0, 0, 1 이런 식으로 단절된 사고나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0과 1 사이의 무수히 많은 여러 가지 형태의 사고를 합니다. 그렇게 인간은 살기 때문에 인간의 삶을 옆에서 보면 일련의 과정에서 분명한 경계가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인간의 삶을, 인간의 행동을, 인간의 판단을 법률가들은 디지털적으로 판단을 합니다. 그래서 요건이 충족되는지를 판단할 때는 충족되든지 혹은 충족이 안 되든지 0과 1이라는 선택지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0과 1이라는 선택지밖에 없기 때문에 연속돼 있는 인간의 행동이나 판단을 잘라서 0과 1로 강제로 나눌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법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 사람들의 일상적인 판단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법에 정해진 법적 요건과 효과
그러면 권리, 의무의 발생·변경·소멸을 결정하고 있는 법적 요건과 법적 효과는 누가 정하는가 하는 것이 궁금해집니다. 즉, 법적인 요건과 법적인 효과는 법적 판단을 하는 법률가가 그 자리에서 정하는 것이 아니고 이미 미리 다 정해져 있는데 누가 정하는가 하는 거죠. 이렇게 법적 요건과 효과는 원칙적으로 법률에서 정해져 있습니다. 따라서 입법자가 그 법률을 만들 때 법적 요건과 법적 효과를 정해놓는 것입니다. 이렇게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것이 하나가 있고 또 하나는 당사자가 스스로 법적인 요건과 효과를 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것을 '당사자 자치'라고 부릅니다. 이런 당사자 자치의 원리에서 당사자들은, 즉 권리와 의무를 갖게 되는 사람들은 자기 의사에 따라서 합의를 합니다. 우리가 보통 계약을 맺는다고 하는데, 그것이 당사자가 스스로 자기가 어떤 권리를, 어떤 의무를 가질지 정하는 것입니다. 또 당사자 간의 관계가 아니라 어떤 집단의 관계에서는 투표도 역시 마찬가지로 당사자 자치의 한 형태입니다. 이렇게 법적인 요건과 법률 효과를 당사자가 스스로 정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미리 정해진 법적인 요건과 효과를 통해서 법률가들은 구체적인 상황에서 당사자들에게 어떤 권리와 의무가 발생하고 변경되고 소멸하는지를 판단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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